사랑과 나눔, 세계인들이 반한 한국의 김장문화

“김치 맛있어요. 아이 러브 김치!”
수십 명의 외국인들이 마당에 모인 한국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김장을 담그며 즐거운 표정이다. 아담하고 운치 있는 전통 한옥이 병풍처럼 둘린 이곳은 수원전통문화관.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의 ‘제14회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가 진행되는 현장이다.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김장김치를 직접 담가 이웃들의 겨울나기를 돕는 위러브유의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가 14회를 맞았다. 11월 14일 오전 10시부터 열린 이날 행사에는 위러브유 장길자 회장과 회원 등 약 300명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김장에 나섰다.

장길자 회장은 “김장김치는 겨울철 반양식”이라며 “삶이 힘겨워도 따뜻한 이웃들이 있으니 힘내시라고 사랑의 마음으로 해마다 김치를 담가 이웃에 전해드리고 있다”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취지에 공감한 40여 명의 주한 외국인, 다문화가정 주부, 방한 중인 외국인 관광객 등도 동참해 한국의 김장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회원들은 이웃을 생각하며 정성스러운 손길로 김치를 버무렸다. 특히, 장길자 회장은 처음 김치를 담그는 외국인들에게 김치 버무리는 법을 손수 가르쳐주기도 했다. 방금 버무린 김치를 한 입 먹여주자 외국인들은 연신 “맛있어요”를 외치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외국인들은 서툰 솜씨지만 배추 한 잎 한 잎마다 정성껏 빨간 김칫소를 버무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잘 버무려진 김치를 아기 다루듯 다소곳이 들어 보이는 모습에 모두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다들 ‘치즈’ 대신 ‘김치’를 외치며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정성으로 버무린 김치를 들고 모두 함께 “김치~.”

미국 시애틀에서 방한한 조슈아 베리(Joshua Bury) 씨는 부친은 미국인, 모친은 한국인이라 어릴 적부터 어머니와 이모가 종종 김치를 담가 자신도 김치를 좋아한다고 했다. 김치를 직접 담가 보기는 처음이라며 설레어하던 베리 씨는 “이웃을 돕는 휴머니즘을 실천하는 일에 동참해 행복하다. 어릴 적 엄마의 김치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음식이었는지 새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덴버에서 온 머리 휘터커(Murray Whitaker) 씨도 “한국의 김치는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으로 만드는 음식이란 사실을 알았다”면서 “김치를 전달받는 이웃들이 아직 세상에는 그들을 돕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맛있게 드시기 바란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미치 데아길레라(Mitzy DeAguilera) 주한미군적십자사 봉사국장은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는 매우 좋은 행사에 초대해주어 기쁘다며 위러브유 측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아길레나 국장은 “김치는 영양 많은 슈퍼푸드로 알고 있다. 겨울 전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김치를 만들어 나눠주는 아주 특별한 행사에 감동을 많이 받았다”고 참가 소감을 이야기했다.

이날 회원들과 외국인들이 따뜻한 정성을 담아 만든 김치는 7000킬로그램 남짓. 10킬로그램씩 정성껏 포장된 이 김치는 수원시 300가정, 성남시 200가정, 안산시 100가정, 화성시 100가정 총 700가정에 기증됐다. 김치를 수령하러 온 각 시청 복지과 공무원들은 “올해 배춧값이 폭등해 걱정이 많았는데 해마다 도와주어 감사하다”, “독거노인, 한부모가정, 취약계층에 잘 전달하겠다. 우리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된다”면서, 수고해준 회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종일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김장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은 적당히 구름 낀 포근한 날씨가 이어졌다. 김치가 완성되고 포장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하늘에서는 후드득 빗방울이 쏟아졌다. 오후 시간, 장길자 회장 일행은 비가 간간이 내리는 중에 이웃들에게 갓 담근 김장김치를 전달하러 나섰다.

김장을 마치고 이웃들에게 어머니 사랑의 마음이 전해지길 기원하며 찰칵!

어려운 형편에도 뇌경색으로 쓰러진 친척까지 양아들로 입적해 돌보는 70대 노부부 가정, 병중에 단칸방에서 연탄을 때며 홀로 지내는 할머니 가정, 역시 홀몸 어르신으로 치아가 없어 음식을 믹서에 갈아서 드시는 할아버지 가정을 방문한 장길자 회장은 “올겨울은 많이 춥다는데 회원들이 정성으로 담근 김치 드시고 따뜻하게, 건강하게 지내시라”고 당부하며 김치와 쌀, 반찬거리와 생필품, 난방비를 선물했다. 김치에 담긴 정성과 사랑을 전해 받은 할아버지, 할머니 들의 주름진 얼굴에 잔잔한 웃음이 번져갔다.

어머니의 사랑으로 담그는 김장은 이웃과 서로 돕고 나누어 먹는 나눔의 문화이기도 하다. 김치를 통해 나누는 어머니의 사랑이 우리 이웃들에게 웃음과 삶의 희망을 전하고, 세계에 봉사와 나눔의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