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살려야 하기에, 헌혈은 계속돼야 한다

“2020년을 통째로 없애는 게 어떨까!”

2020년을 갈무리하며 이곳저곳에서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말들이 오갔다. 그도 그럴 것이 평범한 일상이 송두리째 사라졌고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든 일이 많은 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힘겨움을 토로할 사람 간 거리까지 멀어졌다. 마음의 거리는 가까이 하자지만 더불어 정을 나누던 ‘식사’까지 터부시되니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사람들에게 2020년을 싹둑 없애버리는 게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겠느냐 물으니 한결같이 “싫다”고 한다. 한 유튜브 속 얘기다.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을 알게 됐고, 평생 반려자를 만났고, 가족과 달콤한 시간을 많이 보냈다고. 오히려 겸손해지고, 인내를 배운 대견한 해였다고 말한다. 지워버리고 싶은 만큼 힘든 해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소중했던 순간까지 삭제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 영상에 가슴이 따뜻해지고 위로가 됐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어려울 때일수록 사람들은 따뜻한 이야기로 위로를 받는다. 그 이야기가 생명까지 살리는 일이라면 더 말해 무엇 하랴.

팬데믹 속 수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많은데, 바이러스 공포로 헌혈자는 급감했다. 혈액 부족 문제가 심각해졌지만 각 나라 정부도 별 도리가 없다. 누군가 자발적으로 나서기만을 바라야 하는 상황에서 (재)국제위러브유 미국·브라질·뉴질랜드 회원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2020년 하반기, 방역 수칙을 지키는 가운데 헌혈 캠페인을 진행해 생명을 나누는 고귀한 행위를 이어간 것이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려면, 소규모라도 헌혈은 계속돼야 한다면서 말이다.

미국·브라질·뉴질랜드 헌혈하나둘운동 생명의 배턴 전달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트시티 제362차 헌혈하나둘운동

미국 회원들이 헌혈 첫발을 뗐다. 9월 6일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회원들이 미국적십자사에 혈액을 기증한 것이다. 38명이 헌혈을 신청해 혈액 적합 판정을 받은 35명이 채혈에 동참했다. 11월에는 미국 세 지역에서 헌혈 캠페인이 연달아 열렸다. 11월 1일에는 캘리포니아주 선랜드 회원들이 로스앤젤레스 패서디나 헌팅턴메모리얼 병원에서, 8일에는 다시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회원들이 몬태나주 빌링스·그레이트폴스 회원들과 함께 옐로스톤 빌링스 바이탈런트에서, 29일에는 하와이주 오아후 호놀룰루 회원들이 하와이딜링햄혈액원에서 혈액을 기증했다. 세 지역에서 96명이 헌혈 캠페인에 참가했고 68명이 채혈에 성공했다.

하와이 헌혈 행사는 이례적으로 새벽 6시 30분에 시작했는데, 인터넷을 통한 예약에 한 회원이 혈액원이 문을 여는 이른 시간을 예약하면서 행사 자체가 새벽부터 진행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일에 마음과 몸이 앞서는 건 위러브유 회원들에게는 당연지사다.

미국의 헌혈 배턴을 브라질 회원들이 이어받았다. 브라질 브라질리아혈액원에서 29명이 헌혈에 동참했다. 회원의 한 가족이 암 투병으로 수술을 받으며 많은 양의 수혈이 필요하게 되자 10월 29일, 이를 돕기 위해 나선 것이다. 한 회원은 일주일 동안 헌혈을 준비하며 어느 때보다 부지런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물도 자주 마시고, 운동도 하고, 음식도 골고루 섭취했다고 말이다. 그녀는 더 건강한 혈액으로 아픈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다며 “헌혈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제369차 헌혈하나둘운동

뉴질랜드 오클랜드 회원들은 11월 23일과 12월 3일 뉴질랜드혈액원 마누카우와 엡섬에서 차례로 헌혈을 이어갔다. 헌혈을 희망하는 회원이 직장 때문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헌혈 시간을 세 타임으로 나누고 마지막 시간에 직장인 헌혈자들이 참여하도록 배려했다. 두 지역에서 62명이 채혈했다. 뉴질랜드혈액원은 두 지역 위러브유에 각각 감사장을 전달했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기세 속에서도 헌혈은 계속돼야 한다. 생명이 위태로운 이를 살리기 위해 힘을 다하는 건 상황에 좌우되지 않고 행해야 하는 마땅한 일이기 때문이다. 어렵고 힘든 일이 참으로 많았던 2020년이었지만 그래도 다른 이의 생명을 위하는 값진 일을 이어갔기에, 위러브유 회원들도 이 해를 뚝 잘라 없앨 수 없다. 헌혈로 생명을 나누고, 또 사랑을 전한 귀한 시간이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