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마음으로 사랑을 그려요"

오전에 시원스레 퍼부은 장대비가 여름날 더위를 말끔히 몰아낸 다음 구름 장막이 엷게 드리워 햇빛을 막아주는 시원한 오후. 하얀 도화지를 펼쳐놓고 공원에서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의 얼굴은 사뭇 진지하다. 흐린 날에도 아이들의 그림 속에는 해가 뜨고 새와 나비가 푸른 하늘을 날고 있다.

이웃을 생각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요단강’
7월 25일 일요일,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중앙공원에서는 2004 새생명 이웃사랑 어린이 돕기 사생대회가 열렸다. 1천여 명의 어린이를 포함하여 새생명복지회 성남권 회원 약 3천 명이 참가한 이번 행사는 사단법인 새생명복지회가 주최하고 사회복지법인 한국어린이보호재단, (주)아름방송, 시사월간종합지 오늘의 한국이 후원했다.

행사장 입구에는 극빈 가정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모금함이 마련되었다. 화판과 크레파스, 물감, 팔레트, 붓, 물통을 챙겨들고 엄마 아빠와 함께 사생대회에 참가하러 온 어린이들은 모금함을 그저 지나치지 않고 고사리손으로 성금을 넣었다. 회원들은 물론이고 가족끼리 공원에 산책 나온 시민들도 지나던 발걸음을 멈추고 모금에 기꺼이 동참했다.

“오늘의 행사는 어려운 환경과 여건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고 내일의 꿈을 향해 열심히 살아가라는 염원을 담고, 난치병 어린이와 어려운 소년소녀들을 돕기 위해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새생명복지회 장길자 회장님은 야외공연장에 모인 참가자들에게 대회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탈무드에 나오는 요단강과 사해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이스라엘에는 요단강과 사해라는 두 개의 큰 강이 있는데, 요단강은 받은 만큼 베풀어 주었기 때문에 항상 살아 있는 물이 되고, 사해는 받기만 하고 나눠 주지 않아서 죽은 물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려운 경제 현실 속에서도 이웃을 생각하고 나눔의 정을 실천할 줄 아는 여러분들은 아름다운 요단강”이라는 회장님의 격려에 회원들은 나눔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축사에서 한국어린이보호재단 이배근 회장은 “새생명복지회 회원들에게서는 열심과 진심이라는 두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면서 새생명복지회 회원들의 참되고 뜨거운 이웃 사랑의 마음을 높이 샀다. 또한 이날의 대회에 대해서도 “어린이들은 말뿐 아니라 글이나 그림으로 자기 내면세계를 표현하는데 어른들이 어린이들의 내면세계를 발견하는 계기를 만들고 거기다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사생대회를 연다는 것은 정말 찾아보기 힘든 좋은 행사”라고 평했다.

이 회장의 축사에 이어 오늘의 한국 오주헌 회장은 새생명복지회 장길자 회장님과 김주철 이사에게 각각 감사패를 증정했다.

이날 행사에서 장길자 회장님은 성남시에 거주하는 소아암 어린이 1명, 소년소녀가장 2명, 결손가정 어린이 5명, 극빈가정 어린이 1명 등 총 9명의 어린이들에게 ‘희망의 성금’ 2천여만 원을 전달했다. 회원들은 수혜자 가정들이 현재의 어려움을 딛고 앞으로 경제적으로나 내면적으로 더욱 풍요로워지기를 한마음으로 기원했다.

공식행사 말미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새생명합창단의 동요 합창, 어린이 사물놀이, 오케스트라의 목관5중주, 어린이 뮤지컬 ‘토끼와 거북이’, 브라스밴드 공연이 이어졌다. 재미있고 흥겨운 공연들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사했다.

가족이 함께한 시간, 사랑과 행복이 새록새록
1부 공식행사를 마치고 시작된 2부 사생대회. 회원 가족들은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가진 다음 도화지를 펼쳤다. 오늘의 주제는 풍경화였지만 보이는 세계만 그리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마음속 풍경까지 고스란히 그려내고 있었다. 엄마 아빠들은 그림을 그리는 아이 옆에서 은근히 코치하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일곱 살 난 딸 현진이의 그림을 옆에서 지도하던 박경순 회원(35)은 “큰애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데 이런 계기를 통해 아이들과 함께 유익한 시간을 갖게 되어 좋다”고 말했다. 유소년부·학생부·일반부로 나누어 작품을 모집한 이번 대회에는 회원 가족이 다 함께 참가하기도 했다.

예닮이(7)네는 작품 세 편을 제출했다. 딸이 참새와 나비, 벌이 날아다니는 꿈동산을 그리는 동안 옆에서 아빠는 멋있는 수채화를, 엄마는 일곱 빛깔 무지개를 곱게 색칠해 나갔다. 예닮이 아빠 김용희 회원(32)은 “학창시절의 감회가 새롭다”면서, “가족이 함께 그림을 그리고 어려운 친구도 도울 수 있어 아이에게 교육적으로 유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생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무대 옆에서는 피에로와 키다리 피에로가 아이들에게 풍선 공예를 만들어 나눠주고,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만화 주인공 캐릭터 인형이 즐거움을 선사했다. 한쪽에서는 캐릭터 인형들과 함께 온 가족이 사진 속에 웃음을 담는 ‘베스트 스마일 패밀리’ 행사가 열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페이스페인팅을 기다리는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잔디밭에서는 아빠-엄마-아이가 한 조가 되어 약 30분간 ‘새생명 사랑 가족 운동회’가 펼쳐졌다. 청백으로 나뉘어 협동 돼지 몰이, 징검다리 건너기, 뒤집기 한판 등 재미있는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가족 간의 사랑과 행복도 새록새록 자라났다.

오후 3시경. 그림을 제출하고 나서 회원들은 주변 정리를 깨끗이 한 다음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족이 이렇게 함께할 수 있는 기회,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며 돌아가는 회원 가족들 뒤로, 어느덧 구름이 걷힌 하늘에서는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