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캠프로 위안을, 위러브유 학교로 웃음을
7월 23일, 라오스 아타프주에서 세피안-세남노이 대형 수력발전댐의 보조댐이 무너지면서 5억 톤가량의 강물이 아랫마을을 덮쳤다. 이 사고로 6개 마을이 물에 잠기면서 130여 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었으며, 약 6000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피해 복구를 돕고 수재민들의 상처 입은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국제위러브유가 나섰다. 위러브유 라오스 지부에서는 무료급식캠프와 ‘위러브유 학교’ 운영, 수재민 임시 대피소 주변 청소, 배수로 개설 및 정비, 이발소 개설 등 다양한 활동에 8월 한 달간 연인원 1700명의 회원들이 참여해 수재민들과 울고 웃으며 아픔을 이겨나갔다.
아타프주는 수도 비엔티안에서 약 700km 떨어져 차로 17시간, 비포장도로로 1시간 반을 더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재난 소식에 여러 구호단체들도 성금을 기탁하고 구호품을 보내왔지만 빈번한 홍수 등 위험이 잔재해 장기간의 현장 봉사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위러브유 라오스 지부 회원들은 “수재민들에게 삶을 지속할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다. 누군가 힘들고 두렵고 지쳐 있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가 같이 있어 주는 이는 어머니일 것”이라며 어머니의 마음으로 봉사활동 계획을 세웠다.
현장 답사를 한 결과, 수재민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었다. 일부 구호단체의 급식이 있었지만, 주로 볶음밥 등 기름기 많은 음식이라 주민들의 식성에 맞지 않아 버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들은 비닐봉투에 라면을 담아 끓인 물을 부어서 먹기도 했다. 길은 군데군데 끊어져 일반 차량의 통행이 불가능했고 가까이 있는 시장은 너무 작아 식재료를 제대로 구하기 어려웠다. 식료품 가격도 급등해 주민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었다.
이에 위러브유는 무료급식캠프를 운영하기로 결정하고 8월 2일 수해 현장에 도착했다. 임시 대피소에는 마이, 콕콩 마을 주민 1700여 명과 타힌, 힌라드, 타셍찬, 사몽 주민 1800여 명이 있었다. 이들을 위해 위러브유는 매주 일요일, 250km 떨어진 팍세에 들러 채소,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식자재를 운송했다. 제시간에 조달이 어려운 재료나 취사용 숯 등은 현지 주민에게 직접 구입했다. 아타프주 재해대책본부에서 식자재 운반을 위해 군용 차량을, SK건설에서 장비를, 태국 오프로드 동호회에서 쌀, 계란, 각종 채소, 손전등 등을 지원해주기도 했다.
1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들은 아침 5시에 기상해 밤 11시까지 급식봉사를 실시했다. 라오스와 국경을 맞댄 태국 지부의 회원 2명도 한마음으로 도왔다. 8월 2일부터 시작된 급식캠프에는 하루 평균 1300여 명, 최대 2000여 명이 찾아와 건강하고 따뜻한 음식을 제공받았다. 장기간 함께하며 깨끗한 음식을 제공한 위러브유는 가족 같은 느낌으로 주민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회원들은 짬짬이 대피소를 청소하고 대피소 주변의 배수로를 개설, 정비하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에 임했다. 아이들은 회원들이 가는 곳마다 “위러브유”를 외치며 반겼다.
위러브유는 이런 아이들을 위해 8월 6일부터 ‘위러브유 학교’를 개설해 돌봄 교실을 운영했다. 라오스 지부 관계자는 “급식캠프에는 유독 아이들이 많았다. 홍수는 아이들의 집이나 가족뿐 아니라 웃음도 앗아갔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가 없었고 부모들도 실의에 빠져 있었다. 회원들이 선보인 노래와 율동이 아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는 것을 보고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깨달았다”며 ‘위러브유 학교’ 개설 배경을 전했다.
이어지는 기상 악조건 속에서 자칫 전염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식사 전후 손 씻기, 양치질, 쓰레기 분리 배출, 화장실 이용 등 생활 속 위생교육도 절실했다. 마침 위러브유 회원 중 전직 교사, 전공의, 행사 전문가 들이 있어 머리를 맞대어 영어교육, 예절교육, 위생교육으로 구성된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교사진은 아이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되찾아주기 위해 저녁까지 율동과 노래를 연습하며 익히는 데 힘을 썼다.
‘위러브유 학교’는 오전 10시부터 12시 반, 4시부터 6시까지 운영됐다. 점심과 저녁은 위러브유 무료급식캠프에서 함께 했으며, 수업이 끝난 후에는 아이들이 임시 대피소까지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게 도왔다. 수업을 듣는 아이들의 연령도 유치원생부터 중학교 1학년생까지로 다양했다. 처음에는 100여 명 정도 모이더니 최대 220명의 아이들이 ‘위러브유 학교’로 향했다. 2km를 걸어와서 수업을 듣는 아이도 있을 정도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교사들의 율동을 따라하며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점차 웃음꽃이 피어났다. ‘위러브유 학교’에서 배운 율동과 노래를 부모님 앞에 가서 선보이기도 했다. 불안감과 두려움, 슬픔이 서렸던 수해 현장에는 어느새 음악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고, 활짝 웃는 아이를 보며 학부모들은 눈물을 훔쳤다. 아이들은 아침 일찍부터 부모님의 손을 잡고 등교했고, 주민들은 아이들을 위러브유 학교에 믿고 맡겼다.
처음에 조그만 블루투스 스피커로 시작했던 ‘위러브유 학교’는 주민들로부터 대형 스피커와 마이크를 지원받았다. 비를 맞으면서도 모여드는 아이들의 열정에 사남사이 현장 대책 본부에서는 천막 3동을 지원했다. 이후 라오스 정부, UN, 전문 교육 NGO들이 합작하여 개학 전에 학교를 개설해 아이들은 위러브유가 철수한 이후에도 정상적인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활기를 되찾은 현장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외 기자들이 몰려왔다. 라오스 국영 뉴스통신 KPL은 “세계적 봉사단체 위러브유가 수재민을 위해 무료급식, 재해지역 복구작업, 배수로 정비, 각지에서 들어오는 구호품 정리 지원, 어린이를 위한 ‘위러브유 학교’ 개설 등 많은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8월 29일과 30일에는 아타프 주지사와 사남사이 지자체장(한국의 시장, 군수, 구청장에 해당)이 위러브유에 연이어 표창을 수여했다. 러드 사야폰 아타프 주지사가 수여한 표창장에는 “홍수로 피해 입은 수재민들을 위한 봉사활동 공로가 크다. 여러분의 선한 행실을 우리 주 역사에 남긴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봉사 일정을 끝낸 위러브유 관계자는 “봉사활동 중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전한 장소와 마음의 안정”이라고 전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한숨 돌릴 여유도 없이 비가 내려 침수 우려가 계속됐고, 악몽을 꾸는 이도 많았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희망과 웃음은 필수였으며, 특히 웃음을 다시 찾은 아이들 덕에 어른들이 조금이나마 용기를 얻었다. 위러브유가 수해 현장에 남긴 것은, 아이들이라는 희망이 있기에 삶을 지속할 수 있다는 위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