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태풍피해복구 교사(校舍) 기증식

작년 11월 필리핀 중부를 강타한 태풍 하이옌은 막대한 인명, 재산 피해를 남겼다. 올해 초 필리핀 정부의 집계 결과 약 7400명이 사망하고 1600만 명이 삶의 터전이나 생계수단을 잃은 것으로 밝혀졌다. 레이테 주에서는 타나우안, 타클로반, 산타페, 부라우안 등지의 피해가 특히 컸다. 5만 명의 주민이 사는 타나우안은 사망·실종자가 약 2천 명에 달하고 건물의 95퍼센트가 전체 또는 일부 파손돼 하이옌의 최대 피해지로 꼽힌다.

폭우와 강풍에 휩쓸려 폐허로 변했던 이 지역은 약 1년이 지난 지금, 많은 이들의 관심과 도움 속에 희망이 자라나고 있다. 사단법인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필리핀 지부에서는 작년 11월 27~28일, 필리핀 정부 사회복지개발부(DSWD) 구호물품센터에서 물품 포장 및 배식 자원봉사를 도맡아 연인원 600여 명의 봉사자들이 구슬땀을 흘렸다. 한국의 본부에서도 12월 15일, 서울특별시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된 제14회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에서 필리핀 태풍 피해민 구호기금 전달식을 하며 관심을 촉구했다. 이후 위러브유는 태풍 피해가 가장 심한 타나우안 지역으로 달려가 시청 측과 협의, 무너진 학교 건물 재건을 추진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녀들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주민들의 열망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초등학교인 타나우안제2센트럴학교와 국립 타나우안고등학교는 인접해 있다. 두 학교에는 초등 1~6학년 학생 520여 명과 고교 1~4학년 학생 1400명이 각각 재학 중이다. (필리핀의 초·중등교육은 초등6년+고교4년의 10년 학제, 초등6년+중학교4년+고교2년의 12년 학제 두 가지가 병행되고 있다.) 태풍으로 타나우안제2센트럴학교는 교사(校舍) 7개 동 가운데 3개가 무너지고 나머지는 부분적으로 파손됐다. 타나우안고등학교는 17개 동 중에서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이 단 하나만 남아 있을 정도로 심한 피해를 입었다. 임시로 천막을 쳐놓고 대다수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가운데 위러브유, 유니세프 등 각종 국제단체와 민간단체에서 교사를 하나둘씩 건축하며 도움의 손길을 펼치고 있다.

여름 내내 진행된 공사 끝에 9월 초, 위러브유가 지은 교사 2동이 완공됐다. 채광창이 예쁘고 노란색 페인트가 칠해진 산뜻한 새 건물에 초록색 책걸상도 들였다. 교실 3개를 갖춘 건물은 초등학교 5~6학년 교실로, 2개를 갖춘 건물은 고등학교 과학실 등으로 활용된다.

10월 27일, 타나우안 시청과 타나우안제2센트럴초등학교, 국립 타나우안고등학교에서 공식적인 교사 기증식이 연이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위러브유 이강민 이사장 일행이 참석하고 펠라히오 텍슨 주니어 타나우안 시장이 내내 함께했다. 시청 직원, 해당 학교 교직원 및 학생들도 각각 참석해 일행을 환영했다.

“여러분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큰 도움이고, 학교 아이들과 모든 타나우안 사람들의 삶을 회복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입니다. 위러브유운동본부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의 도움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텍슨 시장은 “전 세계 재해지역에서 행한 위러브유의 지원과 봉사활동을 영상으로 보고, 전 세계 사람들과 이곳 타나우안 주민들에게 베풀고 있는 도움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면서 타나우안의 학교 건물을 재건해 기증해준 위러브유에 거듭 감사를 표하며 감사패와 감사장을 증정했다.

타나우안제2센트럴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꽃목걸이와 기악 합주, 노래 선물로 위러브유 이사장 일행을 환영했다. 제럴딘 망갈리만 교장은 학교를 대표하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저희에게 교실 건물을 건립해 큰 도움을 주신 위러브유 회장님과 회원들께 모든 교직원과 학부모, 학생들을 대신하여 감사를 드립니다. 학생들은 편안한 교실에서 학업에 매진할 수 있어서 무척 행복해하고 교사들도 통풍과 환기가 잘되는 교실에게 마음껏 가르칠 수 있어 매우 감사하고 있습니다.”

위러브유 이강민 이사장은 필리핀의 태풍 피해에 대한 위러브유 장길자 회장과 한국 회원들의 안타까움과 관심을 전하는 한편,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의 교육장소인 초등학교 교실과 고등학교 교실을 건축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어 후원하게 되었다”면서 학생들에게 “건강과 지식, 교양을 갖추며 꿈을 펼치고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라”고 당부했다.

신축 교사 앞에서 진행된 타나우안 고교의 교사 기증식에서는 프룩투오소 발리톤 교장의 감사 인사에 답하며 이배근 상임고문이 단상에 올랐다. 6.25 전쟁 때 필리핀에서 파병하여 고귀한 희생을 치름으로써 한국과 형제 우애를 나눈 것을 언급한 이 고문은 “위러브유에서 실천하는 어머니의 사랑과 필리핀의 형제 사랑이 만나는 이 자리에 참석해서 기쁘다”면서 이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장차 필리핀 사회의 훌륭한 지도자들이 되기를 기원했다.

위러브유 측이 서명한 기증서를 전달받은 두 학교에서는 위러브유에 감사장을 수여하며 재삼 감사를 표했다. 기증식을 마치고 위러브유에서는 타나우안제2센트럴학교와 국립 타나우안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책가방을 선물했다. 어린 초등생들도, 앳된 고교생들도 감사를 연발하며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고교 여학생들이 수줍게 말했다.

“새 건물을 지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아름다운 교실에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많은 것을 배울게요.”

새 건물 앞에서 새 가방을 메고 뛰어다니는 학생들의 맑고 환한 웃음에서, 태풍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서는 필리핀의 푸른 미래가 엿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