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버무리고, 정성으로 발효되고

“김치는 발효되어 사람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음식입니다. 오늘 담그는 이 김치처럼, 여러분들의 봉사의 정신도 오래 묵어도 부패되지 않고 잘 성숙되어 우리 사회 어려운 이웃들에게 변함없는 사랑과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수고한 이 김장은 도움이 필요한 우리 이웃들에게는 한겨울을 나는 든든한 양식이 되고 버팀목이 되어 고단한 삶에 위로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왜냐하면 이 김장은 배추나 무, 고춧가루 같은 재료보다 더 아름다운 여러분들의 사랑과 봉사의 마음이 양념이 되어 더 좋은 맛을 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11월 16일 일요일. 사흘간 진행되던 2014년 서울김장문화제의 마지막 날 오후 1시경,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장길자 회장의 격려사가 서울광장에 울려 퍼졌다. 해마다 겨울을 앞두고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한 김치를 담가 이웃에 전해온 위러브유의 ‘어머니 사랑의 김장나누기’가 올해는 서울김장문화제 ‘나눔’ 프로그램에 동참, 서울광장에서 열린 것이다.

이날 다양한 단체 회원 약 2천 명이 김장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위러브유 회원 350여 명이 무대 앞쪽 33개 작업대에서 함께 김치를 버무렸다. 위러브유 장길자 회장과 이순재 후원회장, 이배근 상임고문(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장), 황용규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장, 이순자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 등 내빈들과, 위러브유의 초대로 참석한 가수 윤태규 씨, 육상스타 임춘애 씨, 탤런트 최예진 씨도 직접 김장에 동참했다.

“어머니가 김치를 늘 담가주셔서 늘 미안한 마음이지만 그 김치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임춘애 씨, “김치를 평생 얻어만 먹었지 처음 담가본다”는 원로배우인 이순재 후원회장도 이웃을 위해 즐겁게 김치를 담갔다. 위러브유의 사랑 나눔에 항상 동참해온 윤태규 씨는 “과거 어려운 시절 어머니들이 겨울만 되면 김장 걱정, 연탄 걱정 했는데 이제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 김장에 참가해 어려운 이웃과 나눌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고 보람된 일”이라고 말했다. 보이지 않게 수고한 회원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한 최예진 씨는 “부족하지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 참가했다. 위러브유를 통해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배워간다”고 했다.

위러브유 회원들은 실제 8월부터 김장을 준비했다. 옥천 지역 회원들이 직접 밭에 모종을 심고 몇 달간 정성으로 가꾼 배추가 대풍을 이뤘다. 포기당 무게가 평균 8킬로그램에 달하는 이 배추를 지난 주 수요일에 수확하여 목요일부터 손질하고 절이고 씻어서 오징어, 굴, 새우, 멸치젓, 새우젓, 멸치 다시마 육수, 찹쌀 풀 등 신선한 국산 재료를 배합한 양념과 함께 이날 아침 서울광장으로 가져온 것이다. 김장 작업대 옆에 전시된 위러브유의 ‘초우량 배추’ 앞에서는 시민들과 외국인들이 연이어 사진을 찍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웃을 위한 대대적인 김장행사에, 근처를 지나던 외국인들이 특히 많은 관심을 보였다. 신기한 표정으로 지켜보며 사진을 찍던 외국인들은 회원들에게 행사 취지를 듣고 공감하며 김장을 자청하기도 했다. 파나마에서 방한한 법률가 비르지 씨는 광장 인근의 호텔에 머물다 김장 풍경을 내다보고 달려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김치로 이렇게 많은 이들이 모여 이웃을 돕는다는 것이 무척 인상 깊었다”는 그는 위러브유의 전 세계적 복지활동에도 감탄을 연발했다. 이집트에서 온 햐타투란 교수는 “물질은 타인에게 나눠주고 나면 내게 없지만 사랑은 나눠주고도 내게 남는 유일한 것이다. 그런 어머니의 사랑으로 김치를 담가 이웃을 돕다니 정말 뜻깊고 사랑스러운 행사”라며 시종일관 위러브유 회원들과 함께 김장을 담갔다.

서툴지만 정성스럽게 김치를 담그는 이들에게 장길자 회장은 “김치를 정성껏 맛있게 담가 우리도 행복하고 드시는 분들도 행복하게 하는 게 김장을 잘하는 노하우”라고 가르쳐주며 김치를 한 입씩 넣어주었다. 잘 버무려진 ‘어머니 사랑의 맛’에 외국인들도 엄지를 추켜올렸다. 헝가리에서 온 친환경건축 시민단체 임원 바르타 씨는 “김치 맛이 좋았다. 그냥 김치를 담그는 행사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사회적으로 도움도 주는 긍정적인 행사라 퍽 인상 깊었다. 한국을 IT 강국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번에 참 따뜻한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주한 미 해군 모스 씨도 “휴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두어 시간 만에 8000킬로그램에 달하는 위러브유 김장이 끝났다. 곱게 포장된 김치는 서울 중구청, 관악구청, 노원구청과 경기도 안산시청, 성남 수정구청, 중원구청, 수원 영통구청에 각각 10킬로그램 상자 100개씩 7000킬로그램이 곧바로 기증됐다. 이 김치는 구청을 통해 전체 700가정에 전달되고, 나머지 100상자도 위러브유에서 직접 어려운 가정을 찾아 전달할 예정이다.

김치를 수령한 구청 관계자들은 “우리 이웃들이 겨울을 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독거노인, 장애세대, 가정위탁아동 등 이웃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버팀목이 되고 위로가 되길 바라며 정성으로 담근 김치를 전달한 장길자 회장은 함께 수고한 회원들을 격려했다.

김장은 과거 서민들의 겨울 양식으로, 김장만 준비하면 아무리 혹독한 겨울도 이겨낼 수 있었다. 아직도 겨울이면 김장 걱정을 하는 이웃들을 위해 위러브유의 ‘어머니 사랑의 김장나누기’는 2007년부터 공식화된 이래 해마다 계속되어 왔다. 시일이 지날수록 발효되는 김치처럼, 위러브유 회원들의 사랑과 봉사의 마음도 그만큼 숙성되고 발효되어 더욱 진한 향기로 세계에 전파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