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들과 함께한 김장, 서울∙경기 지역 다문화가정 1500세대에 전달

“맵지만 아삭아삭해서 김치 좋아해요. 김치 없이는 밥 못 먹겠어요. 담글 줄은 몰라도.”
낯선 땅 한국에 와서 한국인과 가정을 이루고 한국말과 한국 문화를 배워가는 이주여성들. 당당한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들이 한국인 가족과 꾸려가는 ‘다문화가정’은 이제 도시와 시골을 막론하고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의 대표음식이자 한국인의 겨울나기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먹거리 김치. 다문화가정 주부들에게 김치 담그는 법을 알려주는 동시에, 어려운 형편의 다문화가정에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긴 김치를 전하기 위해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가 나섰다.

해마다 김장으로 이웃을 도와온 위러브유의 ‘2012 다문화가정과 함께하는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눔 대축제’가 11월 22일,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렸다. 위러브유 장길자 회장, 김성환(탤런트) 친선대사, 이승훈(가수) 홍보대사와 이주여성 최초 국회의원인 이자스민 의원도 참석해 김장 봉사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24절기 중 ‘소설(小雪)’을 맞았지만 날씨는 따사로운 햇살 속에 포근했다. 이날 준비된 절임 배추는 15,000킬로그램에 달했다. 위러브유 장길자 회장과 회원들이 사흘 전부터 다듬고 씻고 썰고 절여서 가져온 것이다. 양념도 이주여성들의 입맛을 고려하여 그리 맵지 않은 고춧가루에 굴, 생새우, 오징어, 배 등 맛있고 건강에 좋은 갖가지 재료로 미리 버무려놓았다. 작업대가 설치되고 그 위로 배추가 가득 쌓이자 마치 너른 배추밭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장길자 회장과 회원들이 다문화가정 주부들과 함께 김치를 담그고 있다. 사진 가운데가 김성환(탤런트) 위러브유 친선대사.

장길자 회장과 회원들이 다문화가정 주부들과 함께 김치를 담그고 나르고 있다.

오전 10시 반경, 위러브유 회원 400여 명을 포함, 이주여성단체인 ‘물방울나눔회’와 영등포 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 온 이주여성들까지 약 5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김치 담그기를 시작했다. 장길자 회장과 한국인 회원들은 김치를 담그며 필리핀, 베트남, 중국, 태국, 우즈베키스탄, 엘살바도르 등 10여 개국 주부들에게 방법을 설명했다. 엘살바도르에서 온 클라우디아(33) 씨는 “처음 한국에 와서 시어머니와 김장을 할 때 왜 그렇게 많이 담그는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다 자식들 주시더라”면서 “그런 사랑의 마음으로 함께 김치를 담가 필요한 이웃들에게 나눠주니 참 좋다”고 말했다. 김장 담그기가 ‘놀라운 체험’이고 사랑이 가득한 행사라 무척 행복했다는 베로니카(가나 대사관 관계자. 요리사) 씨는 “가나 사람들도 매콤한 음식을 좋아해 김치를 잘 먹는다”며 앞으로 직접 담가보겠다고 자신감을 비쳤다.

행사장 입구에는 김치에 담긴 맛과 정성, 건강, 나눔의 정신을 소개하는 패널이 설치돼 참가자들과 행인들의 이해를 도왔다. 세계인이 어우러져 김치를 담그는 풍경에 공원을 지나던 여의도 직장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도 관심을 보였다. 캐나다에서 남편과 함께 온 관광객 실비(58) 씨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행사를 지켜보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캐나다 이주난민 지원 부서에서 일한다는 그녀는 행사 취지를 듣고서 ‘정말 훌륭하고 멋진 일’이라고 공감했다. 근처 건물에서 일하는 정사례(72) 씨는 “김치 담그는 일이 쉽지 않은데 참 좋은 일 한다. 이렇게 좋은 일 하시는 분들이 많으니 어려운 이들이 산다”고 감탄했다.

서울 5개 구청을 통해 다문화가정을 위한 김치를 기증한 장길자 회장.(사진 왼쪽이 이자스민 의원)

이날 담근 김치는 서울 송파구, 영등포구, 구로구, 노원구, 중구의 1000세대를 포함, 서울, 경기 지역의 다문화가정 1500세대에 전달됐다. 김치를 수령한 관계 공무원들은 “김치 담그는 모습에서부터 진심이 느껴진 행사였다”면서 “다문화가족들에게는 이런 문화체험이 한국을 이해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김치를 받는 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치는 빨갛고 매워 보여 처음 접한 외국인이 선뜻 먹기 어렵지만 먹어보면 맛있다. 그런 도전정신이 다문화가족에게 필요하다”는 이자스민 의원은 “대개 다문화가족들은 한국에서 도움을 받기만 하는 입장인데 오늘 행사처럼 이웃 돕기에 동참하며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 있게 적극적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장 담그기를 마친 회원들과 이주여성들은 다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김치” 하고 함께 웃는 이들은 다정한 지구촌 한가족, 김치를 나눠먹으며 어머니 사랑과 인정을 나누는 ‘우리나라’ 사람이었다.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 뒷이야기>

#1
장길자 회장과 일부 회원들은 이날 오후 영등포구의 일부 다문화가정을 방문하여 김치와 쌀, 반찬과 생필품을 선물했다.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 등지에서 온 이들은 대부분 아이를 갓 낳은 새댁들로, 시어머니의 노환 등 사정이 있어 김장하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장길자 회장은 “회원들이 정성과 영양이 가득한 김치를 담갔으니 올겨울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시라”며 김치를 전달했다. 다문화가족들과 담소를 나누며 장길자 회장은 이주여성 며느리들에게는 시어머니를 친어머니처럼 의지하고 잘 지내기를, 시어머니들에게도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낯선 타향에서 지내는 며느리를 이해하고 사랑으로 보듬어주기를 당부했다.
허리가 아파 김장을 못해 걱정이었다는 박병연(74) 씨는 “김장이 참 일이 많은데 이렇게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면서 착한 며느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필리핀 말도 한마디 배워보겠다고 했다. “우리 어머니도 참 착해요”라는 말로 회원들에게 웃음을 준 며느리 제니스(27. 필리핀) 씨는 어느새 유창해진 한국어로 말했다.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많은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셨어요. 김치, 잘 먹겠습니다.”

#2
김장 담그기를 마친 이튿날, 장길자 회장은 성남시 분당구의 대덕글로리빌딩에서 위러브유 다문화가족 회원 150명을 초대하여 김장김치와 목도리 등 선물을 전달하고 오찬을 베풀었다.
다문화가족 회원들을 반갑게 맞이한 장길자 회장은 “타국에 와서 문화도 다르고 기후도 달라서 고생이 많았을 것”이라고 위로하며 “올겨울은 많이 춥다고들 하는데 사랑으로 담근 김치를 맛있게 드시고 따뜻하게, 건강하게 지내시라”고 말했다. 또한 “사랑을 많이 베풀어 사랑의 열매를 많이 맺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따뜻이 격려하며 맞잡은 손길에 일부 회원들은 살짝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선물을 받으며 ‘어머니의 사랑’을 많이 느꼈다는 아우베르티나(수원지부. 42) 회원은 “페루에서 남편을 따라 간 한국 식당에서 맛본 이후로 김치를 좋아하게 됐다. 가족들과 맛있게 먹겠다”며 감사했다. 몽골 전통의상 ‘델’을 입고 참석한 하욱수렝(용인지부. 67) 회원은 “사랑과 힘을 많이 받아 간다. 행사를 마련해주신 회장님과 한국인 회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국적은 달라도 사랑의 봉사에 함께 땀 흘리고 웃음 짓는 다문화가정 회원들 모두 소중한 우리 이웃이고 우리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