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더, 한 생명 더(One More Step, One More Life)!

출발 직전 내린 보슬비로 한층 더 싱그러운 오월의 첫날, 라일락 향기 물씬 풍기는 남산 산책로에는 가족들이 속속 모여들었습니다. 신록처럼 생기에 넘쳐 깡충거리는 꼬마들과, 모처럼의 데이트에 나선 듯 들뜬 얼굴의 엄마, 조금 쑥스러운 표정으로 가족을 챙기는 아빠. 이들은 심장병 어린이를 돕기 위해 ‘한 걸음 더, 한 생명 더(One More Step, One More Life)!’라는 한마음으로 모인 새생명복지회 회원들입니다.

새생명복지회와 세이브더칠드런(구 한국어린이보호재단)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새생명사랑 가족걷기대회는 2002년부터 해마다 개최되어 올해로 6회째를 맞았습니다. 장길자 회장님은 이번 대회의 취지에 대해 “오월 가정의 달을 맞아 난치병 어린이들을 돕고 지구촌 가족들의 화목을 다지며 위기에 처한 가정에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셨습니다. 청소년보호위원회, 서울특별시, 네스퀵한국네슬레(주), 세종병원 등이 후원한 이날 제6회 대회에는 회원 가족 3400여 명을 비롯해서 약 4천 명이 참가했습니다.

우산과 우비까지 챙겨서 가족사랑, 이웃사랑의 걷기대회에 달려온 참가자들에게 하늘은 이내 푸른 제 모습을 드러내며 햇살을 비춰주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이배근 회장님의 개회사에 이어서, 청소년보호위원회 차정섭 활동복지국장님은 축사에서 새생명 사랑나눔운동에 동참한 회원들에게 이번 대회가 즐거운 가족축제의 장이 되기를 기원했습니다. “우리 새생명복지회 회원들은 좋은 일에 물불 안 가리고 참여해 주신다”며 감사하던 이순재 후원회장님도 축사를 통해 “일기예보에 오늘 비가 많이 온다고 했는데 여러분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정성어린 마음에 하나님도 감동하신 것 같다”고 회원들을 격려했습니다.

사회자 박민정 아나운서는 새생명사랑 가족걷기대회를 통해 지난 3년간 국내외 심장병 어린이 10명이 새 생명을 얻었던 그간의 지원 내용을 알린 뒤 이번 대회에 초대된 심장병 어린이 가족들을 소개했습니다. 올해 1월 심장병 수술을 받고 건강해진 아홉 살 이수향 어린이는 감사편지를 낭독하면서 “이제는 뛰어다녀도 힘들지 않아요. 저도 이다음에 커서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도와주겠습니다”라고 말해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네 살 때부터 심장병으로 아팠다는 수향이의 장래 꿈은 아픈 사람을 돌봐주는 간호사라고 합니다. 건강해진 수향이를 보며 엄마와 아빠는 이제 한시름을 놓았고, 일곱 살 동생 은하는 같이 인형놀이를 하며 사이좋게 놀아주는 언니가 옆에 있어 정말 행복하답니다.

이어서 격려사를 통해 장길자 회장님은 난치병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는 한편 “지구촌 곳곳에는 지난 연말 발생한 쓰나미, 지진 피해처럼 크고 작은 재앙에 희생되는 수많은 가정들이 있으니 가정이 파괴된 채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고, 실의에 빠져 ‘마음의 난치병’을 앓고 있는 이웃의 상처를 치료하는 데 힘을 보태자”고 더욱 폭넓은 이웃 사랑을 호소하셨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이상대 이사장님도 “어린이들이 존중받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최선을 다하자”고 촉구했습니다.

기념식이 끝나자 회원들은 간단한 체조를 한 다음 회장님의 출발 선언과 함께 출발했습니다. 엄마, 아빠, 아이들이 함께 걷는 모습은 무척이나 단란해 보였습니다. 아빠들은 “쉬는 날이지만 가족걷기대회에 참가하니 운동도 되고, 이웃을 돕는 보람도 있고, 무엇보다 가족들이 함께해서 기쁘다”고 했습니다.

네 식구가 함께 다정하게 걷던 양종미(33. 서울 광진구) 회원 가족은 이번 걷기대회가 모처럼 만의 가족 나들이라고 합니다. 다섯 살 난 딸 주영이를 목말 태우고 일곱 살 아들 경훈이의 손을 잡은 채 걷던 남편 이성길(33) 씨는 “평소 퇴근이 늦어 아이들에게 그리 다정한 아빠가 되어주지 못했는데 이렇게 온 가족이 함께하게 되어 좋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도 아빠, 엄마와 같이하는 시간이 한껏 즐거운 표정이었습니다.

대회 도착지점인 백범광장에서는 수도방위사령부의 군악대가 경쾌한 연주로 가족들을 맞아주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준비해 간 점심 도시락을 먹으며 가족 간에 오붓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페이스페인팅으로 한껏 멋을 내고, 무료로 나눠주는 솜사탕과 풍선을 받아든 아이들은 ‘방귀대장 뿡뿡이’ 같은 캐릭터 인형과 사진을 찍거나 또래끼리 어울려 뛰놀며 마치 어린이날처럼 신나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지난 4월 심장병 수술을 받아 건강을 찾은 상미(2) 엄마 이은주(39) 씨는 회원들 표정이 다들 천사 같다고 합니다. 회원들과 함께 식사하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 심장병 어린이 가족들은 앞으로 조금이나마 남을 도우면서 살겠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부모 입장으로서 회원들은 그분들이 아픈 아이를 바라보며 그간 겪었을 고통이 어떠했으며, 건강을 되찾은 아이를 보며 느끼는 행복이 어떠한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18개월 된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남편과 함께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이연순(31. 서울 중구) 회원은 아기가 태어나고 나니 아픈 아이들의 부모 심정을 더 이해하게 되어 질병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 가족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서 작년부터 이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도 아이가 아프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데 아픈 아이들의 부모 마음이야 오죽하겠어요?” 하는 말에 문득 “내 가정이 소중하다면 이웃의 가정도 소중하다”는 회장님 격려 말씀이 떠오릅니다.

이처럼 사랑의 대상이 ‘내 가족’에서 ‘우리 이웃’으로 확산된다면 세상은 그만큼 더 밝아질 것입니다.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딘 회원들의 발걸음을 따라, 지구촌에 건강한 어린이, 행복한 가정이 하나씩 더 늘어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