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더위를 녹인 사랑나눔잔치, 대학병원에 헌혈증 300매 기증

(사)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광주지부는 지난 2월에 이어 8월 19일, 두 번째로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강당에서 헌혈 하나둘 운동을 개최했다.

넓은 지역에 비해 인구가 적고 노령인구가 많은 광주, 전남 지역은 최근 헌혈 수급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채혈한 혈액은 장기 보존이 어렵기에 15일 안에 쓰인다. 따라서 매일 약 400명 분의 헌혈이 필요한데 방학철이라 학생 헌혈도 줄었다. Rh- 혈액은 수급이 더욱 어려워 필요할 경우 전국에서 구해오는 형편이다. 이런 사정을 듣게 된 회원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약 600명이 헌혈에 지원, 이번 헌혈 하나둘 운동에 동참했다.

행사는 10시부터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직장인 회원들이 출근 전에 헌혈을 하고 가기 위해 9시부터 모여들어서 다소 앞당겨 시작됐다. 강당에는 15개 정도의 간이침대가 마련되어 의료진들은 분주히 채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회원들은 먼저 온 순서대로 문진표를 작성하고 맥박, 체온, 헤모글로빈 수치 등을 검사한 후 헌혈 적합 여부를 판정받았다.

문진→검사→드디어 헌혈! 이웃을 생각하며 밝고 진지한 표정으로 헌혈하는 회원들.

10시가 넘어서자 수많은 회원들이 생기 넘치는 표정으로 모여와 강당을 메웠다.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 오장현 원장은 지난해 장기이식을 기다리던 환자의 수술이 혈액 부족으로 미뤄져 안타까웠던 경험을 얘기하며 “광주 위러브유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아침부터 헌혈에 참여하는 모습과,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헌혈증까지 기증한다는 사실에 감동받았다”면서 회원들에게 격려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한꺼번에 헌혈에 참가해주어 혈액 수급에 큰 도움이 되고 다양한 혈액형을 구할 수 있으며 헌혈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국민들의 헌혈 참여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헌혈 하나둘 운동을 높이 평가한 오 원장은 이날 행사를 계기로 더 많은 개인과 단체가 앞다투어 헌혈에 동참하기를 기대했다.

헌혈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헌혈 하나둘 운동은 질서 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마치 즐거운 축제처럼 진행됐다. 이날 개인적으로 100번째 헌혈이었던 박정례(39 광산구 소촌동) 회원을 비롯해, 혼자서는 용기가 안 나서 주저하다가 처음 헌혈에 참가한 회원들까지 다들 헌혈의 기쁨과 보람을 서로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가족이 위급하면 근무를 미루고서라도 오지 않겠느냐”며 직장에 양해를 구하고 달려온 직장인 회원들도 많았다.

경찰청 교통과에 근무하는 조삼현(51. 서구 쌍촌동) 회원은 “교통사고 현장에 가보면 피를 많이 흘려 긴급한 상황을 많이 목격하는데 직접 헌혈을 하니 어느 한 생명이 소생하는 것 같아 가슴이 떨리고 기쁘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헌혈에 동참하기를 바랐다.

“아픈 환자들에게 끝까지 용기 잃지 말라는 뜻으로 최소한의 기부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남편과 함께 주기적으로 헌혈을 해온 임미영(34) 회원은 화순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1시간이 넘는 거리에서 달려왔다. “친정엄마가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혈액형이 달라서 피를 줄 수 없었던 게 가슴 아파서 다른 이에게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 참여하게 되었다”는 부녀 회원도 있었다. 한 고교 남학생은 “엄마가 위러브유 회원으로 봉사활동에 자주 참여하는 것을 봐왔는데 이번에 헌혈을 해 보니 내 몸에서 사랑을 빼서 나눠주는 느낌이었다. 사랑을 못 받아 피가 모자라 죽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헌혈 소감을 말했다.

헌혈증을 기증하는 회원들. 이 헌혈증은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을 돕는 데 쓰인다.

이날 참가한 회원 중 모든 검진과정을 통과한 264명이 헌혈했다. 검진과 채혈을 도운 대한적십자사 측 의료진들은 환자들을 살릴 수 있는 혈액이 다량 확보된 데 마음 든든해하면서, “봉사하는 분들이라 그런지 모두들 기꺼이 헌혈에 나서고, 자신의 피를 나눠주면서도 줄 수 있다는 데 오히려 감사하는 회원들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함께 기뻐했다.

이날 발급된 헌혈증과 회원들이 기증한 헌혈증까지 모두 300매의 헌혈증이 이튿날인 20일,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암센터에 기증되었다. 이 헌혈증은 모두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헌혈은 단순히 피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고귀한 생명을 살리려는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사랑나눔운동”이라고 강조한 정관택 위러브유 광주지부장은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이 일에 앞으로도 회원 한 사람이 한 사람씩을 더 동참시켜 더 큰 사랑나눔운동이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4년부터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열리고 있는 위러브유의 ‘헌혈 하나둘 운동’은 회를 거듭할수록 더욱 많은 이들에게 ‘가장 값진 선물’인 생명과 사랑을 전하고 있다.

이튿날인 20일, 회원들이 모은 헌혈증 300매가 화순전남대병원 암센터에 기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