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골에서 히말라야까지 희망의 무지개를
히말라야의 빙하와 만년설이 기후변화로 급속히 녹아 사라지면서 네팔 산간 마을 일부는 홍수로, 일부는 가뭄과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 물은 벵골만과 접한 인도 서벵골 주, 방글라데시로 몰아쳐 홍수를 일으킨다. 특히 국토의 60퍼센트가 해발고도 5미터 이하인 방글라데시는 해수면 상승에 매우 취약하며 인도양에서 발생하는 대형 사이클론(열대성 폭풍)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가뭄과 홍수, 바닷물 유입으로 해마다 수천 명의 주민이 삶의 터전을 잃고 도시 빈민가로 내몰린다. 선진국들의 탄소 배출이 주요 원인인 지구온난화의 값비싼 대가를, 저수시설과 치수시설이 부족한 개발도상국 주민들이 치르고 있는 것이다.
지구촌 이웃의 일을 내 일처럼 여기는 위러브유 회원들이 올해는 방글라데시, 인도, 네팔의 기후난민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 4월 28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는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 서울특별시,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한국위원회, 에너지관리공단, AIESEC(국제리더십학생단체), 한국유스호스텔연맹 등이 후원한 ‘제15회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가 열렸다.
서울 지역 회원 가족 1만 2천 명이 모인 이번 행사에는 위러브유 장길자 회장, 이순재 후원회장(탤런트)과 마거릿 클라크 퀘시 주한 가나 대사, 카를로스 빅터 붕구 가봉 대사, 모하메드 알리 나프티 튀니지 대사, 라자 람 바르타울라 네팔 영사 등 주한 외교사절들과 하리 반 우오든 주한 네덜란드 투자진흥청장, 서영배 IUCN 한국위원장, 김희성 그린스타트 사무총장, 신용우 한국유스호스텔연맹 사무총장, 이배근 한국아동학대방지협회장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새생명어린이합창단의 발랄한 무대로 오전 10시경 식전 행사가 막을 열었다. 환경활동가 그룹의 노래에 이어 국방부 군악대의 연주와 삼군통합의장대의 동작 시범이 펼쳐졌다. 다양한 대형을 갖춰 절도 있고 박력 있게 선보인 동작 속에는 국격을 드높이는 국군의 기상이 그대로 담겼다.
위러브유 활동 영상이 상영된 후 1부 기념식이 시작됐다. 단상에 오른 장길자 회장은 참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면서 “현재 세계에는 4천만 명 이상의 기후난민이 있으며 30년 후에는 10억 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보고를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지구촌이라는 한울타리 안에서 환경을 공유하며 사는 우리는 그들의 고통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고 전제한 장길자 회장은 “오늘 우리가 걷게 될 한 걸음, 한 걸음은 사랑 한조각, 희망 한조각이 되어 기후난민들을 위한 용기와 희망의 응원가가 될 것”이라며 기후난민에 대한 관심과 도움을 호소했다.
후원회장인 탤런트 이순재 씨는 그간 지구촌 이웃을 위해 힘써온 회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여러분들은 충분히 축복받을 권리와 자격이 있다”고 격려했다. 서영배 IUCN 한국위원장은 “자동차 배기가스, 이산화탄소로 인한 온실효과로 지구가 더워지고 있는데 걷기는 이산화탄소를 감축시키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간단한 일”이라며 “오늘의 사랑 나눔이 지구의 평화를 가져오고 오늘의 걷기가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는, 지구를 살리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리 반 우오든 주한 네덜란드 투자진흥청장도 이 행사가 기후난민들에게 도움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구하고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되기를 기원했다.
이어서 방글라데시, 네팔, 인도에 물펌프와 생필품, 의약품을 기증하겠다는 내용의 POP가 전달됐다.
1부 기념식이 끝나고 군악대의 팡파르 속에 2부 걷기대회가 시작됐다.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공원 산책로는 연둣빛 티셔츠를 입은 1만 2천 명의 회원들로 가득 찼다. ‘3층까지 계단으로’, ‘일회용품 이제 그만’, ‘스위치를 내려요’ 같은 구간별 포스트에서는 생활 속 실천사항을 홍보했다. 출발 및 도착 지점인 평화의 광장에는 기후난민홍보관, 체험관, 에코관, 기후난민사진전 등 홍보 부스와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환경에 대한 인식을 고취했다.
3부 체험마당 시간, 내빈들을 안내한 장길자 회장은 일행과 함께 희망 메시지를 남기고 천연 염색, 천연 섬유탈취제 만들기 체험을 했다. 내빈들이 가장 즐거워한 체험은 인간동력 자전거. 튀니지 대사가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아 그 동력으로 선풍기가 돌아가자 가봉 대사가 그 앞에서 바람을 쐬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튀니지 대사는 “남을 돕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진심이 느껴졌고 큰 감명을 받았다”면서 앞으로 많은 교류가 있기를 희망했다. “나와 가봉 정부는 위러브유를 전적으로 지지한다. 위러브유와 함께해서 정말 행복하다”는 가봉 대사는 “지난해 위러브유와 기후변화 대응 협약을 체결한 이래 위러브유 청년들이 가봉에 와서 가봉 청년들과 세미나도 열고 환경행사를 함께하며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제고했는데 오늘 행사도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망했다.
행사에 함께한 율리아 사벨리예바 우크라이나 대사관 서기관은 “우크라이나도 과거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많은 피해 주민들이 발생했다. 지구촌 이웃을 돕는 데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처럼 좋은 행사에 우리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기후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네팔 산간지역의 실태를 설명한 라자 람 바르타울라 네팔 영사는 네팔, 인도, 방글라데시의 기후난민을 돕기 위해 뜻을 모아 행사를 열어준 위러브유 측에 감사를 표하며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이들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했다.
봄날의 정취를 만끽하며 산책과 에코 체험을 즐긴 회원 가족들은 “모처럼의 가족이 오붓한 시간을 가져서 좋고, 이웃도 돕고 아이들에게도 산 교육이 되니 더 좋다”고 말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참가했다는 문상건(34. 상도동) 씨는 “우리의 작은 노력으로 변화되는 것이 있다 생각하니 좋았다”면서 “환경은 후손들에게 빌려 쓰는 것이라 들은 적이 있는데 딸아이를 위해서라도 최대한 아껴 쓰고, 코드 뽑고, 에어컨을 덜 사용하는 등 귀찮고 불편해서 안 하던 것들을 하려고 노력하게 됐다”고 했다. 초등학생 딸들과 대기전력홍보관을 관람하던 김난희(39. 염창동) 씨는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다양하고 사람들이 질서정연해서 아이들 교육에 좋고, 나도 모르던 것들을 배웠다. 보고 듣는 데 그치지 않고 많이 느껴서 실천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는 참가자들이 많은 것을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시간이었다. 한국의 고교 1년 학생은 말한다. “우리가 이산화탄소를 너무 많이 배출해 기후난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생각하니 정말 미안했어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짧은 거리는 걸어다니고,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작은 부분부터 실천하겠습니다.” 한국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고 있는 방글라데시 인은 말한다. “방글라데시 인들을 도와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걷기대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다른 사람을 위해 뭔가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 멋지고 놀랍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들을 돕게 되어 기쁩니다. 위러브유의 영향을 받아 전 세계 사람들도 변화될 것입니다.”
[사진으로 보는 이모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