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 위기 투발루 위해 12000명이 띄운 희망 무지개
“투발루 기후난민들이 겪고 있을 고통을 생각하면 이것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딛는 발걸음마다 투발루의 밝은 미래를 염원하며 걸어주시기를 부탁합니다. 투발루의 위기는 지구의 위기입니다. 뜻있는 분들은 투발루의 현실을 인터넷을 통해서도 세계인들에게 많이 알려 그들의 잠자고 있는 관심을 깨워야 할 것입니다. 우리 이웃인 투발루의 밝고 희망찬 내일을 위해 기도를 부탁합니다.”
5월 13일,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 모인 제14회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 참가자들에게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잠겨 지구상에서 사라져가는 섬나라의 상황을 조목조목 알리던 장길자 회장의 음성도 서서히 잠겨 들었다. 안타까움에 목이 멘 개회사는 지구촌 이웃으로서 공동의 책임이 있는 모든 이들의 무관심을 일깨우는 부드러운 질책이자 간절한 호소였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국토가 점차 좁아지고 있는 나라들 중에 지구상에서 맨 처음 사라지게 될 운명에 처한 나라가 바로 투발루다. 해발고도 최고점이 4미터에 불과한 나라. 국토 대부분이 산호초 섬으로 주민들은 빗물에 의지하여 살아오다 최근 가뭄으로 인한 식수난까지 겪고 있다. 밀려드는 바닷물, 늘어나는 쓰레기 더미에 국토는 점점 좁아지지만 주위 나라들도 이주를 거부하거나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 지구촌 이웃들의 무관심에 더욱 서러운 나라, 투발루.
위러브유가 주최하고 서울특별시, 환경부,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한국위원회, UNEP(유엔환경계획) 한국위원회, 세종병원이 후원한 제14회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가 올림픽공원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는 ‘투발루에 희망의 무지개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당장 생존문제가 절박한 투발루의 기후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도움을 주기 위해 개최됐다.
이번 대회에는 장길자 회장과 이사진을 비롯하여 1만 2천여 위러브유 회원 가족과 시민들이 참가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이순재 후원회장, 김성환 친선대사 등 연예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고, 마거릿 클라크 퀘시 주한 가나 대사, 하리 반 우오든 주한 네덜란드 투자진흥청장, 정연보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이배근 중앙입양정보원장 등 내빈들이 동석했다. 클라크 퀘시 대사는 “가나도 날씨가 점점 뜨거워져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은데, 기후변화로 어려움에 처한 나라를 돕고자 오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뜻을 모은 것에 감동했다. 중요하고 뜻깊은 행사에 초대해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인기 탤런트인 이순재 후원회장은 지구촌에 어려움을 겪는 이웃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 돕는 회원들의 순수한 열정과 사랑에 찬사를 보내며 “금년에는 투발루에 희망을 주는 한 해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국방부의 삼군통합의장대와 군악대도 이날 행사를 지원하여 절도 있고 멋진 시범과 씩씩하고 경쾌한 연주로 참가자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육군, 해군, 해병대, 공군 의장대가 함께하는 삼군통합의장대는 외국 국가원수 방문 시 국가급 의전행사를 담당하는데, 국민들을 위해서도 정기적으로 전쟁기념관, 청와대 등지에서 동작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의장대대장은 “여러분이 (봉사로) 타인에게 기쁨과 즐거움, 희망을 주듯 우리도 국민들에게 그러한 기쁨을 선사한다는 긍지를 갖고 있다. 오늘 행사의 취지가 참 좋고 국가적 차원에서도 좋은 일을 하시는 것 같다”면서 지구촌 이웃에게 희망을 전하는 뜻깊은 일에 동참하는 보람을 말했다.
식전행사로 새생명어린이합창단의 공연, 국방부 의장대의 동작 시범이 펼쳐진 후 기후난민 관련 영상과 위러브유 회원들의 활동 영상이 상영됐다.
오전 11시경, 외국 주요 인사들의 영상 축하 메시지로 1부 개회식이 시작됐다. 투발루와 더불어 수몰 위기 섬나라인 키리바시의 아노테 통 대통령은 대회를 축하하며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문제가 심각하지만 아직 많은 이들이 이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레이첼 카이트 세계은행 부총재, 닉 나톨 유엔환경계획 대변인 등은 “한국에서 기후난민을 돕기 위해 걷기대회를 개최한 것은 정말 멋지고 위대한 일이며 참여한 여러분이 자랑스럽다”는 요지의 축하 인사를 전했다. 투발루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장길자 회장의 개회사와 이순재 후원회장, 클라크 퀘시 가나 대사, 반 우오든 네덜란드 투자진흥청장의 인사말에 이어 권혁진 이사의 기후난민 돕기 선언문 낭독으로 1부 식순이 마쳐졌다.
“투발루를 위하여, 출발!”
장길자 회장의 출발 선언에 맞춰 회원들은 세계 기후난민 돕기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2.5킬로미터에 달하는 걷기 구간에는 푸른 티셔츠를 입은 회원들이 빚어내는 푸른 물결이 유유히 흘러갔다. 중간중간 마련된 포스트에서는 ‘타지 말고 걸어요’, ‘26도(여름철 적정 냉방온도)를 외쳐주세요’, ‘플러그를 뽑아주세요’, ‘위 러브 투발루’ 등의 주제로 환경 및 기후난민 문제를 다시금 환기시켰다. 환경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며 걷는 가족들도 많았다.
부대행사로 투발루의 어려움을 알리는 사진전과 ‘희망의 저금통’ 모금 코너가 마련되었고, 기후난민체험관, 기후난민홍보관, 에코체험관의 12개 코너를 개설하여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회원들은 “투발루에 대해 알게 되면서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 기후변화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일이니 한마음으로 환경보호에 동참했으면 한다”면서 투발루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 ‘우리의 일’이라 입을 모았다. 희망메시지 보드판에 빽빽이 붙은 쪽지에도, 무대 앞에 가득 모인 하트 저금통에도 투발루 난민들을 돕기 위해 모은 회원 가족들이 정성이 그대로 담겼다.
성경에서 무지개는 노아 홍수 사건 이후, 다시는 물로써 세상을 멸하지 않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의 증거다. 신심 깊은 투발루인들이 이 내용을 떠올리며 하나님은 절대 물로 재앙을 내리지 않고 그들을 보호하실 것이라 기도하는 장면을 국내 모 방송에서 방영한 적이 있다. 모두가 이웃의 아픔을 외면치 않고 손 내밀어주며 관심과 정성을 쏟을 때 투발루에, 그리고 인류에게 새 희망의 무지개가 떠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