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사랑의 노래로 희망을
새해를 앞두고 설렘과 희망으로 들썩이는 연말이지만 한숨과 눈물 속에 힘겨운 시간을 견뎌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각종 재난에 고통하며, 새해는 고사하고 당장 오늘 밤 잠자리와 내일 아침 끼니를 걱정하는 이들이 지구촌 곳곳에 부지기수다.
지난 11월 슈퍼태풍 하이옌이 강타해 약 1만 명의 사망자, 실종자가 발생한 필리핀 중부지역은 가족과 친구를 잃고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해결할 수 없는 이재민이 넘쳐난다. 방글라데시는 우기 때마다 열대성 폭우와 홍수 등 기후 재난으로 수많은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멀리 해외로 눈 돌리지 않더라도 우리 주위에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와 막대한 치료비 부담을 떠안은 부모, 빈곤과 문화적 갈등으로 이중고에 시달리는 다문화가정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많다. 더 추운 겨울, 더 추운 밤을 보내야 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 바로 사랑이다.
새해를 보름여 앞둔 12월 15일, 해마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온 세상에 사랑을 전해온 사단법인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가 서울특별시학생체육관에서 제14회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를 개최했다. 필리핀 태풍 ‘하이옌’ 피해민, 방글라데시 기후난민, 심장병·희귀병 어린이, 다문화가정 등 어려움에 처한 국내외 이웃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전하기 위해서다.
며칠째 기승을 부린 한파가 여전했지만 추위도 사랑의 열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6천 명이 넘는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장길자 회장과 이강민 이사장 외 이사진들, 이순재 후원회장,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장이 변함없이 함께해 자리를 빛냈다. 모하메드 알리 나프티 주한 튀니지 대사, 야나 할로우코바 체코 부대사 등 주한 외교사절과 정관계, 체육계, 문화계, 언론계 등 각계 인사도 대거 참석해, 위기에 처한 지구촌 이웃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냈다.
오후 4시경, 본격적인 콘서트에 앞서 장길자 회장은 “필리핀을 강타한 초특급 태풍 ‘하이옌’을 비롯해 홍수, 지진, 기근, 폭염, 눈 폭풍, 토네이도 등 각종 재난과 질병 등 여러 사정으로 마음 아픈 한 해를 보낸 전 세계 이웃들에게 사랑의 노래로 희망과 용기를 전하고자 한다”며 취지를 설명하고, 해마다 사랑을 전하는 데 힘써온 모든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순재 후원회장은 “내년에는 더 깊고 큰 사랑으로 열심히 봉사하자”고 회원들을 격려하며 새해 덕담을 건넸다. “서울 정동이벤트홀에서 시작한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가 어느덧 14회를 맞이했다”고 추억한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장은 “꾸준히 봉사해온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있어서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가 국내를 넘어 전 세계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었다”며 장길자 회장과 회원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했다.
이날 자국을 대표해 긴급구호 기금을 전달받은 주한 필리핀 대사관 로데리코 아티엔사 일등서기관은 “필리핀은 한국전쟁 당시 군대를 파병한 형제의 나라”라며 태풍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국민들을 위해 십시일반 온정을 모아준 회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이어 기금 전달식이 진행됐다. 필리핀 태풍 ‘하이옌’ 피해민 구호기금과 방글라데시 기후난민 구호기금이 각 대사관 측에 전달됐다. 문화적 차이에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고 있는 다문화가정과 심장병·희귀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 등 36명의 수혜자들에게 성금과 선물이 전해졌다. 장길자 회장과 이순재 후원회장은 수혜자들을 일일이 격려하며 모두가 어려움을 이겨내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되찾길 기원했다. 관객들 역시 한마음으로 성원하며 격려의 박수를 아낌없이 보냈다.
위러브유 친선대사인 탤런트 김성환 씨의 재치 있는 사회로 막이 오른 콘서트의 첫 무대는 새생명어린이합창단이 장식했다. 꼬마 천사들의 귀여운 율동에 이어, 전날 이웃들에게 희망을 전하겠다는 일념으로 달려온 가수 중견가수들과 신인가수들은 “음악인으로서 좋은 음악으로 사랑을 전하러 왔다”며 열정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관객들은 열화와 같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2시간 동안 이어진 사랑과 감동의 콘서트는 관객들과 출연진이 ‘We love you’를 함께 부르며 대미를 장식했다.
즐거운 공연이 계속되는 동안 수혜자들은 모처럼 시름을 잊은 표정이었다. 백반증을 앓는 일곱 살 아들을 둔 카자흐스탄 출신 엄마는 “이렇게 따뜻한 곳을 본 적이 없다. 마치 집에 온 느낌이다. 아이가 아파서 그동안 정신 없었는데 오늘 친절하고 정성스러운 환대를 받으면서 정말 즐거웠다. 따뜻한 마음을 받아 가니 올겨울은 참 따뜻할 것 같다”며 미소 속에 눈물을 비쳤다. 혼자 세 아이를 키우는 필리핀인 엄마도 “많은 분들이 조국 필리핀에 성금을 지원해주고 우리 가족도 도와줘서 큰 희망을 얻었다. 겨울처럼 춥고 어려운 환경에서 오늘 주신 이불처럼 따뜻한 마음을 느꼈다고 할까. 덕분에 아이들도 나도 나중에 봉사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며 흐뭇해했다. 희망과 용기를 얻은 수혜자들의 눈빛에서 삶에 대한 애착과 의지가 엿보였다.
상기된 표정으로 객석을 나서는 관객들은 “힘든 사람들에게 사랑과 용기를 전해줄 수 있어 좋고, 그들이 미소를 되찾는 모습을 보며 감동과 에너지를 얻어서 또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모 장애인 봉사단체 지회장은 “혼자서는 많은 사람을 돕기 힘든데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어머니의 마음’으로 뜻을 모아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국내외 골고루 도움을 주는 것이 인상적”이라며 내년에도 콘서트에 참석해 힘을 보태길 희망했다.
“미국에 허리케인이 불어왔을 때의 일이라고 합니다. 한 집이 무너지려고 하는데 소아마비로 걷지도 못하는 어머니는 침대에 누워 있고, 옆방에는 두 아들이 자고 있었습니다. 그때 걷지도 못하던 어머니는 침대에서 기어나와서 두 아이를 안고 집을 걸어나왔습니다. 이것은 기적입니다. 이것이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이것이 어머니의 사랑입니다.”(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장 축사 中)
다사다난했던 2013년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희망으로 시작하는 새해에도 어렵고 힘겨운 일들이 이어질지 모른다. 인간의 힘으로 그 모두를 막아낼 수는 없지만 사랑은 어떠한 위기도 이겨내게 하는 속성이 있다. 어제도 오늘도 어머니의 마음으로 사랑을 전해온 위러브유 회원들은 내일도 변함없이 이웃들과 사랑을 나누며 새 생명과 새 희망의 값진 기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사진으로 보는 행사 이모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