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아라 생수야, 솟아라 희망아

“물펌프 하나로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는 게 참 놀랍고 신기해요. TV에서 오염된 물을 마시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 모습을 보고 울기도 했는데 가족걷기대회에 참가해서 이렇게 도와줄 수 있어 기뻐요.”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가 회를 거듭하면서 아이들의 생각도 부쩍 자랐다. 수년간 가족과 함께 이 행사에 참여하면서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과 환경문제를 곰곰이 생각하게 됐다는 한 초등 6년생 어린이의 말처럼, 가족과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동안 아이들은 ‘나눔’의 의미를 온몸으로 조금씩 체득하고 있었다.

5월 9일 일요일, 사단법인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에서 주최하고 보건복지가족부, 세종병원, 한국청소년진흥센터, 매일경제TV 등에서 후원한 ‘제12회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가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렸다. 이번 12회 대회는 깨끗한 식수가 부족해 고통받는 아시아, 아프리카 물부족국가 5개국에 사랑의 펌프로 맑은 물을 공급하기 위해 기획됐다. 2008년 제10회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 때부터 시작된 펌프 지원사업은 현재 가나, 케냐, 콩고민주공화국, 캄보디아, 라오스 등지에서 이미 활발히 진행되어, 수만에 이르는 현지 주민들에게 양질의 물을 공급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모처럼 맞은 화창한 날씨에, 위러브유 회원 가족들은 일찌감치 돗자리와 도시락을 준비해 공원 광장에 자리를 잡았다. 행사를 주최한 장길자 회장, 이강민 이사장과 이사진, 이순재 후원회장, 김성환 친선대사 및 홍보대사들과, 가나, 캄보디아 등 주한 외국 대사관 측과 하리 반 우오든 네덜란드 투자진흥청장, 이배근 한국청소년진흥센터 이사장, 세종병원 박영관 회장 등 내빈들도 1만여 명의 회원 가족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주황색 티셔츠를 입은 참가자들이 평화의 광장을 가득 메운 10시 30분경, 새생명어린이합창단의 발랄한 율동을 필두로 김성환, 김보성, 윤태규, 이승훈, 백미현, 김민교, 김제훈 등 연예인들의 노래 선물이 무대에 올랐다. 식전행사 마지막 순서로 주한 외교관 가족 아이들이 부른 ‘Heal the World (세상을 치유해요)’는 고통받는 세상을 우리 마음속 사랑과 관심으로 치유하자는 메시지로 많은 여운을 남겼다. 식전에 상영된 영상도 물부족국가의 실황과 위러브유 지원현황을 알리며 이날 대회의 취지를 밝혔다.

장길자 위러브유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넓은 의미로 보자면 인류는 지구라는 한울타리 안에 살고 있는 가족이며 물 부족으로 인해 고통받는 지구촌 가족들에게 생명수를 공급하는 ‘사랑의 물펌프 기증운동’은 어머니의 마음 같은 인내와 헌신이 필요한 일”이라 전제하며, “희생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살아서, 베풀고 나누는 보람을 여러분 인생에 값지게 남기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위러브유 후원회장인 탤런트 이순재 씨는 “마음과 실천을 함께 하는 게 쉽지 않고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닌데 여러분들은 항상 봉사를 실천하고 있어 귀감이 된다”면서 “오늘 함께 참여한 여러분의 자녀들은 우리 엄마 아빠가 여기 왜 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를 알고 엄마 아빠 들의 정성과 사랑, 봉사를 그대로 이어받을 것”이라고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그간 ‘사랑의 물펌프’를 지원받은 일부 국가에서는 축사를 통해 각별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민타 아지망 주한 가나 대리대사와 누언 소칫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 참사관은 위러브유에서 펼쳐온 인도주의적 활동과 물펌프로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빈곤지역 주민들에게 공급해준 데 감사를 표하며, 세계 곳곳에 희망을 주고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어온 위러브유가 더 많은 활동으로 많은 이들에게 생명과 희망을 전하고 인류애를 구현하기를 바랐다.

이어서 가나, 케냐,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의 5개국을 대상으로 ‘사랑의 펌프 전달식’이 진행됐다. 펌프 시연을 끝으로 1부 기념식이 마쳐지자, 간단한 몸풀기 체조 후에 곧바로 2부 걷기대회가 진행됐다. 갖가지 풀꽃 내음과 수목이 뿜어내는 시원한 향기가 가득한 공원 산책로는 1만여 참가자들의 행렬로 가득 메워졌다. 가족과 나들이 나온 시민들도 이웃 돕기의 취지를 전해 듣고 회원들의 행렬에 손을 흔들며 박수를 보냈다.

엄마, 아빠와 야외에 나온 아이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웃음이 가득했다. 어른들은 대회를 통해 이웃 돕기에 동참할 뿐 아니라 함께한 아이가 어려서부터 남을 생각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을 온몸으로 배워나갈 수 있다는 데 행복해했다. 건강한 땀을 흘리며 걷기대회를 마친 회원들은 공원 곳곳에서 가족 간에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광장에는 물 사진전, 에너지 절약 체험관, 희망 메시지, 손바닥 서명하기, 환경사랑 그림 그리기, 표어 짓기, 사진 콘테스트 등 다양한 코너가 마련되어 환경문제에 대한 어린이들의 인식을 제고했다. 무대 옆에 마련된 펌프 체험 코너에서는 신기한 듯 펌프를 만져보는 아이들의 손끝에서 맑은 물이 계속 솟구쳤다. “아프리카 친구들아 힘 내”, “물을 아껴 쓸래요” … 행사를 마치며 게시판에 빼곡히 붙여진 쪽지와, 색색의 물감으로 찍어낸 작은 손바닥 서명들이 아이들이 가꾸어갈 아름다운 미래를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