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오월의 햇살을 받으며 달리는 상균(10·전주 풍암초등학교 3년)군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다. 비록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수많은 사람과 함께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사실이 마냥 행복한 표정 이다.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뒤에서 휠체어를 밀어주는 아빠(김경수·42), 엄마, 여동생과 아스팔트 위를 달리면서 가족의 사랑을 새삼 느낀다. 그리고 ‘어서 빨리 건강해져야지’라고 다짐한다. 주위에서 함께 뛰 는 사람도 상균이에게 ‘화이팅’ 하며 용기를 북돋워준다. 5km 코스를 뛰고 나니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날아갈 듯 개운하다.
“오랜만에 이런 곳에 나오니까 기분이 좋아요. 나도 하루 빨리 건강 해져 엄마, 아빠랑 뛰고 싶어요.”
상균이의 밝은 얼굴을 보고 엄마, 아빠가 고개를 끄덕이며 어깨를 두드려준다.
5월 13일 일요일, 경향 서울오픈마라톤대회가 벌어진 잠실 주경기장. 경향신문 창간 55주년 기념 행사로 열린 시민 마라톤대회에서 상균 이네 가족은 1만여 명의 참가자 가운데 유독 눈에 띄었다.
상균이는 선천성 심장병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 태어날 때 부터 약한 심장 기능으로 폐동맥이 막혀 1992년 5월 1살 때 가슴에 처음 메스를 댄 이래 큰 수술만 여섯 차례를 받아야 했다.
지난 1월에도 폐동맥에 인공 호스를 심는 힘든 수술을 했다. 거듭되는 수술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주위에서 도움의 손길을 주었다.
특히 심장병 어린이 돕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경기 분당의 장길복지회에서는 수술비 전액을 대주었다.
그런데 지난달 아빠가 직장을 그만두면서 어려움이 더 커졌다. 경제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전주 지역 경제도 악화해 아빠가 실직한 것이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눈앞에 닥치면서 아빠는 다시 직장을 찾으 러 바쁘게 돌아다녀야 했다.
그러던 중 경향 서울오픈마라톤대회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족이 모여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자는 뜻에서 마라톤대회에 참가하자고 뜻을 모았다.
마라톤이 열리기 하루 전날, 장길복지회의 도움을 받아 서울에 도착한 뒤 가슴 설레며 대회 아침을 맞았다.
수많은 마라톤 참가자 속에 섞여 온 가족이 함께 아스팔트 위를 달 리면서 엄마, 아빠는 상균이에게 든든한 심장과 다리가 되어 용기를 주었고, 상균이는 밝은 모습으로 걱정이 많은 엄마, 아빠에게 희망을 심어주었다. 가정의 달에 다시 한 번 가족의 사랑을 되새겨보는 보람 찬 하루였다.
상균이는 힘든 투병생활과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언제나 웃음을 잃 지 않으며 밝고 꿋꿋한 모습을 보여주어 주위의 칭찬을 받고 있다. 상균이의 담임선생님인 윤남순씨는 “상균이가 이해심과 협동심이 강한 아이로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반 친 구들도 구김살없는 상균이와 허물없이 지내며 학교생활을 도와주고 있다.
선천성 심장병은 수술을 받는다 해도 완전한 건강을 되찾기가 쉽지 않다. 수술이 성공해도 특별히 건강 관리에 힘써야 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병원을 찾아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어른들도 감내하기 힘 든 투병생활이다. 그럼에도 상균이는 “반드시 건강해져 훌륭한 사람 이 되겠다”며 “우리 가족은 물론 나처럼 아픈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Lang 한국Date2001-05-24Report뉴스메이커 42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