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의 찡그림’으로 나누는 행복

2010년 9월 8일, (사)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회원 740명이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에서 대구지역 헌혈하나둘운동을 펼쳤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 행사는 위러브유에서 주최하고 경북대학교병원,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에서 후원했다.

오전 10시. 삼삼오오 짝을 지어 행사장으로 속속 모여드는 회원들의 얼굴에는 가을바람 같은 상쾌한 미소가 묻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위러브유 이강민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개인주의가 심화되는 각박한 세상에서도 나눔의 의미를 실천하고 있는 회원들을 격려하는 한편, “중환자들도 혈액이 없어 수술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한 이때, 많은 봉사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생명을 살리는 봉사가 으뜸”이라며 헌혈하나둘운동의 취지를 밝혔다.

헌혈하나둘운동에 참가한 회원들을 격려하는 이강민 위러브유 이사장, 이기남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장.

이어 이기남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장이 “여러분의 뜨거운 피 한 방울, 한 방울을 소중히 받아 수혈자들에게 잘 전달하겠다”면서 헌혈하나둘운동에 참여한 위러브유 회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원장은 또 “피는 곧 생명과 같다. 인공혈액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피를 대체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오직 헌혈을 통해서만 수혈이 필요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꾸준한 헌혈 참여를 부탁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사전검사와 헌혈이 시작되었다. 회원들은 진지하게 안내문을 읽고, 꼼꼼히 헌혈기록카드를 작성했다. 이어서 헌혈 적격자를 가리는 혈액검사를 받았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헌혈 적합 판정을 기다리는 회원들의 표정은 기대 반, 긴장 반이었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거나 체중 미달로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아쉬워하는 회원이 있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헌혈 가능 판정을 받아 만면에 미소를 띠고 헌혈차에 오르는 회원도 있었다. 많은 회원들의 참여로 대기시간이 다소 길어졌지만 다들 밝은 표정으로 질서정연하게 차례를 기다렸다.

사전검사와 헌혈에 참가하고 있는 대구 회원들.

사전검사와 헌혈에 참가하고 있는 대구 회원들.

회원들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기에 헌혈을 통한 생명 나눔은 보람되고도 당연한 일이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날 헌혈을 마치고 증서를 기증하던 김은화(31. 동구 신암동) 회원은 “내가 어려움에 닥쳤을 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듯 나도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돕는 것이 기쁘고, 헌혈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순서를 기다리던 신중명(39. 서구 비산동) 회원은 “11년 전 교통사고로 수혈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누군가의 피가 없었다면 오늘의 내가 없었을 것”이라며 “마음은 있어도 생활이 바쁘고 또 혼자서 헌혈의 집을 찾아가는 게 쉽지 않았는데 행사를 통해 헌혈에 동참하게 되었다”고 기뻐했다.

행사장 안내봉사자 정연옥(46) 회원도 몇 해 전 아들이 혈액질환으로 입원해서 수혈이 계속해서 필요했을 때 회원들의 헌혈로 어려움을 극복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9월 10일, 이강민 이사장(가운데 왼쪽)이 조영래 경북대병원장(가운데 오른쪽)에게 헌혈증서 270매를 기증했다.

“오늘 헌혈하러 모인 회원들을 보니 당시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날 것 같아요. 병원에서 수혈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절실한지 아니까, 이 행사가 정말 기쁘고 헌혈에 참여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저도 사는 날 동안 계속해서 헌혈에 참여하겠습니다.”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 관계자들은 헌혈로 이웃 사랑 실천에 힘쓰는 회원들의 열의에 경탄하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긴급하게 혈액을 요청해 와도 재고가 없어서 넉넉히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한다. 채혈을 돕던 김수경 간호사는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고 회원들의 얼굴 표정이 하나같이 밝아서 좋다. ‘1초의 찡그림(헌혈 시 주사바늘이 들어갈 때 느끼는 잠깐의 고통)’이란 말도 있듯이 주사바늘에 대한 두려움이 있더라도 위러브유 회원들처럼 기꺼이 헌혈에 참여하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헌혈 지원자들의 행렬이 좀처럼 끊이지 않아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서 오후 6시쯤 마무리됐다. 행사에 참여한 회원들의 헌혈증서 270매는 9월 10일 경북대학교병원에 기증되어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쓰이게 된다. 헌혈 후 혈액은행에 잠시 보관되는 혈액도 암 환자, 백혈병 환자 등 긴급 환자들의 수술과 치료에 쓰이는, 소중한 ‘생명의 불씨’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