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계속되었던 이른 추위가 잠시 누그러지고 포근했던 11월 18일. 오후 2시경 서울보훈병원 대강당에서는 잠시 후 시작될 ‘사랑나누기 한마당’ 공연을 앞두고 최종 리허설을 마무리하고 있었습니다. 새생명복지회에서 주최한 이 공연은 서울보훈병원에 입원해 계신 애국지사와 상이군경 등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것으로, 지난 6월에 이곳을 방문하신 장길자 회장님이 환자들을 위문하면서, 이분들께 뭔가 더 도움이 될 것이 없을까를 생각하고 계획하신 것입니다.
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행사 시작 전부터 일찌감치 대강당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습니다. 대강당은 순식간에 관객으로 가득 찼습니다. 환자들을 살피며 행사를 지켜본 병원 직원 30여 명까지 해서 이날 관객 수는 대략 400명. 날씨가 포근했던 터라 열어둔 문 바깥쪽에 서서 안쪽을 들여다보며 공연을 관람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환자들 중에서는 보조기를 부착하거나 목발이나 휠체어에 의지하고 팔에 링거 주사를 꽂은 채 오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어떤 분은 가족들의 도움으로 병상째 오셨다가, 행사장이 입추의 여지없이 꽉 차 있는 것을 보고 아쉽게 돌아가기도 하셨습니다. 모처럼 만의 기분 전환이라 조금은 들뜬 분위기였지만 한눈에도 이분들이 얼마나 오랜 고통의 시간을 보내셨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행사 첫머리에 회장님께서는 “국가유공자 여러분의 숭고한 희생에 감사와 위로를 전하고자 작은 위안의 자리를 마련했다”고 인사하시면서,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그간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며 목이 메어 채 말씀을 잇지 못하셨습니다. 잠시 후 회장님은 “이제는 국가와 국민들이 여러분을 위해 드리고 도울 때”라고 강조하시며 “하루하루 즐겁고 기쁘게 지내시면 어떤 병이라도 다 떨쳐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환자와 가족 들을 격려하셨습니다.
곧이어 깜찍한 새생명합창단 어린이들의 동요를 필두로 성악, 가요 등 다채로운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연로한 환자와 가족들도 콘서트장에 나온 십대들처럼 노래를 따라 부르고 손 물결 동작도 따라하며 앙코르를 외쳤습니다. 새생명복지회에서 초청한 원로 코미디언 배삼룡 씨는 팔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홍해 씨와 함께 특유의 ‘바보 연기’를 펼쳐 보임으로써 투병 중인 상이용사들에게 지난날의 향수를 자극하여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사물놀이와 꼭두각시 춤을 보여준 어린이국악단도 앙증맞은 모습으로 감탄을 자아내며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공연 관람을 끝내고 각자 병실로 돌아가는 환자들에게 회장님은 일일이 선물을 건네며 건강을 기원하셨습니다. 채 웃음이 가시지 않은 환자들의 밝은 표정은 이를 지켜보는 새생명복지회 회원들에게 더 큰 선물로 다가왔습니다.
서울보훈병원의 이장호 원무부장님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 환자들의 평균 연령이 65세 정도로 대부분 장기입원 환자이며, 전쟁이나 공무로 인한 질병뿐 아니라 고혈압이나 암 등 노인성질환까지 함께 앓는 분도 많다고 합니다. 이영순 간호부장님은 “갑갑하게 지내는 환자들이 이런 공연을 참 좋아하시는데 공연이 보훈의 달 6월에 주로 집중되고 겨울철에는 뜸했었다”면서 새생명복지회 측에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애쓰시다가 평생의 고통과 장애를 짊어지신 분들. 이분들의 희생이 없이 오늘의 우리가 있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 이분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보내드리는 관심과 위로가 아닐까 합니다. 국가유공자 여러분의 희생에 다시금 감사드리며 건강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