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더러움을 벗고, 산이 숨을 쉰다

늦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초가을 관악산. 인접한 서울, 과천, 안양 시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휴일이면 2만여 명이 찾는 이곳에 사단법인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IWF) 회원들의 발걸음이 닿았다.

9월 21일 일요일, IWF 장길자 회장, 이강민 이사장, 한왕용 홍보대사, 한국청소년진흥센터 이배근 이사장 등과 IWF 회원 210여 명은 ‘2008 관악산 및 주변거리 정화활동’을 펼쳤다. 이번 행사는 IWF가 최근 사회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클린 WORLD 운동’ 가운데 클린 Oxygen, 클린 Region 운동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깨끗한 물(Water), 공기(Oxygen), 지역(Region), 삶(Life)을 가꾸고 지켜 후손(Descendants)에게 물려주자는 ‘클린 월드 운동’은 환경오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 세계 기아, 난민 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해 환경운동을 복지적 측면에서 접근, 세상을 정화해나가는 운동이다.

관악산 정화활동을 마치고

깨끗한 마음으로 깨끗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클린 월드 운동에 나선 회원들을 격려하는 장길자 회장, 이배근 한국청소년진흥센터 이사장, 한왕용 홍보대사

본격적인 정화활동에 앞서 장길자 회장은 관악산 입구 광장에 집결한 회원들에게 “산을 좋아하는 많은 이웃들에게 웃으며 산을 오르내리는 기쁨을 선사하자”고 격려하며, 깨끗한 마음으로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세상을 정화해나가는 회원들의 노고에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배근 한국청소년진흥센터 이사장도 “지구온난화로 인해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오염된 위기의 시대에, 사람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생명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온 세상에 전하기 위해 전개하는 클린 월드 운동은 생명을 살리는 거룩하고 의미 있는 운동”이라며 참가 회원들을 독려했다.

히말라야 8000미터급 14좌를 완등하고 히말라야 클린 원정대를 이끌고 있는 전문산악인으로서 지난 7월 24일 IWF의 클린 월드 운동 홍보대사로 위촉된 한왕용 홍보대사도 이날 초등생 두 아들의 손을 잡고 참석했다. “좋은 분들과 좋은 일을 하게 되니 오늘은 관악산이 세계 최고의 명산”이라고 말문을 연 한 대사는 (1)등산 시 식량이나 장비가 남지 않도록 산을 오르기 전 미리 계획을 철저히 세울 것 (2)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되가져올 것 (3) 산에 있는 동식물, 자연물을 가져오지 말 것 (4) 동식물 보호와 산사태 예방을 위해 반드시 지정된 등산로로만 다닐 것 등 등산객들이 지켜야 할 네 가지 수칙을 설명했다.

관악산 및 인근 거리와 하천 둔치에서 정화활동을 하고 있는 회원들

장길자 회장의 출발 선언에 이어 회원들은 관악산 등산로 일대, 관악산 입구~서울대입구 전철역, 관악산 입구~신림역의 세 방향으로 나뉘어 각각 정화활동을 펼쳤다. 집게, 장갑 등으로 채비를 마친 회원들은 산 등산로 주변, 거리, 인근 하천 구석구석을 살피며 쓰레기를 수거했다. 휴일을 맞아 관악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회원들에게 “참 좋은 일 하신다”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평소에도 관악산에 자주 오른다는 유병문(47·안양시 호계동) 씨는 “산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줍는 사람은 못 봤다. 아이들과 같이 왔는데 오늘 봉사하는 분들의 모습이 좋은 교육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쓰레기들이 발견된 곳은 역시 산 쪽이었다. 행락객들이 쉴 만한 시원한 자리나 계곡 주변일수록 해묵은 쓰레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회원들은 깨진 유리조각, 버려진 낫 같은 위험물질을 제거하고 흙 속에 파묻힌 폐비닐까지 파서 수거했다.

“옛날 반찬통, 옛날 요구르트 병, 20년 된 부탄가스, 150원짜리 라면, 200원짜리 새우깡, 말랑말랑 막걸리병…”
정화활동에 참여한 초등3년생 꼬마가 자기가 본 쓰레기를 하나하나 읊조린다. ‘1983년’이라고 제조일자까지 선명히 남아 있는 라면봉지를 아이는 마냥 신기하게 바라보지만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이날 솔선하여 봉사에 임한 장길자 회장은 “이제야 산이 숨을 쉬겠다”면서, 수고한 회원들을 일일이 손잡아 격려했다. 수십 년 동안 썩지도 않고 묻혀 있던 쓰레기까지 걷어내고 나니 정말 이제야 산이 숨을 쉴 것 같다. 숨 쉬는 산은 깨끗한 공기를 뿜어낸다. 비록 지구의 아주 작은 일부분에 쏟은 작은 노력이지만 ‘클린 월드’를 위한 손길이 더해지는 곳마다 세상은 그만큼 맑고 깨끗해질 것이다.